나와 같이 독일인과 결혼한 사람들도 유럽에 비자 없이 거주하기 위해선 독일어 능력시험을 봐야 한다. 외국인의 이민 빈도가 높은 독일과 프랑스 같은 유럽에서는 외국 이민자의 수를 줄이기 위하여 또는 언어 사용 능력이 있는 외국인의 자국 유입을 위하여 중급 정도를 (독일어 시험 능력 단계 : B1)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런 시스템의 장점은 정부가 거의 어학 비용을 대준다는 점이다. 한달에 50유로의 비용 밖에 들지 않는다. (물론 시험을 2년 안에 통과한다는 전제 하에 어학 비용을 돌려 받는 다면) 괴테 어학당이 한달에 300유로를 넘는 것을 생각하면 또한 수업의 질이 좋은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괜찮은 조건이다.
하지만, 단점은 시험을 보는 그룹의 반 정도는 다시 재수강 한다는 점이다. 워낙 여러 국가에 온 다양한 사람이라 이런 시험이 익숙하지 않고, 언어에 재능이 없고 생활사가 고달프면 시험을 잘 보기 힘들기도 하다. 그리고 시험과 함께 찾아오는 스트레스, 시험 보기 전에 몇 주간은 시험 연습으로 매일 긴장된 수업이 되기도 하였다.
Deutsch Test
2011년 2월 18일 아침 9시 부터 1시간 가량 되는 듣기(20문제)와 읽기(25문제)시험을 마치고 곧바로, 쓰기 시험이 30분 주어졌다. 쓰기의 과제는 쓰레기에 관해 담당 부서에 불평하는 편지쓰기와 보고 있는 잡지 회사에 잡지 보기 취소에 관한 쓰기이다. 둘 중 한개의 과제를 선택해 30분 안에 써야 한다.
우리나라의 편지 쓰기와 다르게 엄격한 형식이 정해져 있는 독일어 편지 쓰기..
이미 편지 쓰기가 끝나고 집에서 생각해 보니 많은 실수들이 생각나 찜찜한 기분이었다.
이후 30분 정도의 휴식시간 뒤 말하기 시험이 있다.
분명 어제 담당 선생님이 임산부 먼저 시험을 볼 수 있게 배려하겠다고 하였건만, 순서는 내가 제일 처음이었다. 제일 처음의 안좋은 점은 말하기 시험의 시스템상 나중에 할 수록 정보가 새어 테마를 미리 알 수 있는데 그 부분을 놓치는 점이다.
말하기 시험은 1. 자기 소개 2. 그림 설명과 묘사하기 3. 2명씩 짝을 지어 대화 만들기 과제로 주어지는데, 나는 3번 과제를 3개월 동안 내 옆에 앉아 같이 공부했던 폴라드 출신의 독일에서 5년 동안 살고 있는 Ewellina와 함께 하였다.
이미 독일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그녀와 달리 5개월 거주에 4개월 학원 다녀 급하게 배운 나는 천천히 독일어 말하기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었고, Ewellina는 큰 도움이 되었다.
말하기 과제는 우리가 3번째 과제를 말하는 도중 끝났다. 아마 선생님들도 우리가 잘 말해서인지 끝났다고 미리 보내기에,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시험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남미 여행이 한달 끝나고 돌아온 독일에서는 아직도 나의 결과가 도착하지 않았다.
시험의 특성상 쓰기가 있어, 같은 날 시험을 본 모든 시험지는 프랑크푸르트에 집결되어 공동 채점을 받기에 오래 걸린다고 한다.
이미 전화로 합격 결과를 들은 후,
몇 일 기다린 결과 놀라운 점수로 나를 기쁘게 한…
Result of Test
아직도 미스테리이다. 평가의 기준이 우리나라와 다른 것일까? 아님 다른 애들이 너무 못해서 상대 평가인걸까?
듣기와 읽기에서 45문제중 3문제를 놓치고, 제일 걱정이 많았던 쓰기에서 만점, 말하기에서는 92% 달성.
오랜만에 시험으로 긴장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잘 나온 점수에 하루 이틀동안 웃음 지을 수 있었던것 같다.
독일어와 영어는 비슷하면서 참 다르다. 가끔 독일어를 배우면서 영어와 같은 단어를 다르게 발음하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독일어의 문법과 그 구성은…영어가 왜 세계 공용어임을 알게 해준다. 하지만 참 규칙적이다. 예외는 물론 있지만 그 규칙을 배우다보면 왜 독일에 그렇게 규칙과 규정에 얽매이면서 서류를 만들어 내는지 이해가 되기도…
유럽에서 사는 인구의 1/3이 독일어를 사용한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이다. 독일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는 당연 독일어가 공식어고, 공용어로 사용하는 벨기에와 인근 국가들이 있다. 그리고 이웃한 네덜라드어와 덴마크어는 독일어와 비슷하기에, 어쩌면 강세를 가진 언어이기도…